제주 한라생태숲에서 기록하는 묵상
제주에서 기록하는 묵상 1
눈물과 꿈의 산책길
2020년 사업이 망하고,
천안과 아산 경계의 공단 밀집 지역에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0만 원짜리 방을 구해 지낸 적이 있습니다.
절망스러웠던 그 시간,
늦은 밤이 되고
밖에 인적이 사라지면
집 근처 산책로에 나가 혼자 걷곤 했습니다.
찬송을 들으며 걷고,
오디오 바이블을 들으며 걷고,
멍 때리고 걷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마실지 무엇을 입을지 염려하지 마라. 공중의 새와 들풀을 돌보시는 하나님께서 새나 들풀보다 귀한 너희를 돌보신다”는 마태복음 말씀 앞에 하염없이 울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힘들어서 운다고 생각했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힘들면 오히려 눈물이 마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때,
그때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가는 그 산책길을
저는 “눈물의 산책길”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에 천안을 떠나
김포 서쪽 끝
공사 현장이 즐비한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그곳에는 20여분 거리에
호수와 산책로가 있었고
인적 없는 밤이 아닌
인적 없는 이른 새벽에
그곳에 가서 걷곤 했습니다.
특히 동트기 직전,
아직 어두운 새벽 4-5시에
집을 나와 걷다 보면
어느새 밝아지는 아침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그 어두운 새벽 하늘에는
몇 개의 별이 보이는데
약간 붉은 색을 띄는 화성이 보이고
화성보다 밝게 빛나는 목성도 보입니다.
그 하늘을 보며 홀로 걸으면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인생의 작은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해
낑낑거리고 있는데,
밤 하늘의 별을 보면
저 광대한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패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저에게
다시 꿈을 주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김포에서의 그 산책길은
“꿈의 산책길“이라고 별명을 지었습니다.
새로운 산책길
지금 제주에서도
제가 자주 찾는 산책길이 있습니다.
사무실이 한라산 중턱에 있는데,
그 근처에 “한라생태숲”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본래 방목지였던 곳을 숲으로 조성해 놓은 공간입니다.
워낙 울창한 숲이라
그곳에 가면
많은 새들이 있고
노루가 자주 나타나며
가끔 뱀도 보입니다.
한밤중에 숲에 가는건 위험해서
주로 해가 지기 직전,
저녁 무렵에 찾아 걷는데
제주에 유명한 관광지나
바닷가에는 거의 간 적이 없지만
저 숲에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거의 매일 가서 걷는데,
이미 100번은 다녀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숲에 자주 가는 이유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기 직전
인적이 없는 숲을 걸으며
하나님이 지으신
꽃과 나무를 보고,
작은 나비와 이름 모를 곤충을 보고,
푸른 하늘과 그 사이에 흰 구름을 봅니다.
특히 저녁 5-6시 경에,
숲에 사람이 없는 시간에 걸으면
노루를 자주 만납니다.
볼 때마다 “안녕, 노루야~” 하고 인사했더니
어떤 노루는 이제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이 숲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산책길의 별명은 뭘까?
어떤 이름으로 지어야 딱 맞을까?
매번 고민했지만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 제목이
‘ㅇㅇㅇ 산책길’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별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안에서 ‘눈물의 산책길’,
김포에서 ‘꿈의 산책길’은
단지 별명이 아니라
그 시간의 의미가 담긴 이름이었습니다.
절망 가운데 있는
나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던
‘눈물의 산책길’
실패하여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다시 꿈을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꿈의 산책길’
그런데
제주에서의 이 시간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아직 제가 모르니
여기는 아직도 별명을 짓지 못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주님은
나에게 무엇을 하고자 하시는 걸까?
의미없이
실패하고 나이만 든 채로
그냥 흘러가는 시간일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주에 거주하는 탈북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예배에서
함께 부른 찬송가는
그 가사 딱 저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숲 속이나 험한 산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제 마음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며
제가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멘